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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0-01-26 00:00
해동연속기사 서희영 속기사 -도시재생신문 인터뷰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4,399  
현대판 사관(史官)…속기사의 세계
직업의 세계-해동연 속기사사무소 서희영 대표
2010.01.26 16:44 입력 | 2010.01.27 02:27 수정

 

조합원총회에 참석하면 단상 옆에 어김없이 자리를 잡고 앉아있는 사람이 있다. 회의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참석자들의 발언 내용을 꼼꼼히 받아 적는 사람, 속기사. 총회에서 빠지면 안 될 중요한 인물이다.

 

속기란 다른 사람의 말을 특정한 부호 문자인 속기 문자로 신속·정확히 기록해 이를 일반 문자로 옮기는 활동을 말하며 크게 펜을 사용하는 수필 속기와 별도의 전문 키보드를 활용하는 컴퓨터 속기로 나뉜다. 컴퓨터 속기가 보급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중반 이후부터 워드픽처(CAS), 감퓨타, 모아치기 등의 속기 프로그램이 나오면서 본격화됐다.

 

속기를 직업으로 둔 속기사는 말 그대로 속기문자 등의 기호를 써서 회의나 좌담회 등의 구술내용을 받아 적는 사람을 말한다. 보통 사람들이 글 쓰는 속도의 10배정도 속도로 기록한다. 흔히 말하는 컴퓨터 타수 기준으로 1000타(분당 320자) 이상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대화할 때 말의 속도가 1분에 300자 정도라고 하니 거의 글 쓰는 속도가 말하는 속도보다 빠른 셈이다.

 

속기사는 널리 알려진 대로 국회의사록, 법원 공판기록에서부터 각종 회의, 재개발·재건축 총회에 이르기까지 기록으로 남겨야 할 자리면 어디든지 달려간다.

 

또한 속기사가 참석해야 할 정도면 상당히 중요한 자리이므로 회의석상의 내용을 가감 없이 들은 대로 기록하고, 업무상 알게 된 비밀에 대해 절대 누설하지 말 것과 번문한 원고에 책임을 진다는 원칙을 정해놓고 업무에 임한다.

 

하지만 이 원칙이 그대로 적용되기 힘들 때도 있다. 해동연 속기사무소의 서희영 대표속기사는 이에 대해 “재개발·재건축 총회와 같은 경우 가끔 조합원간에 분위기가 격앙되기도 한다.

 

그럴 때면 발언자의 말에 어순이 맞지 않거나 은, 는, 이, 가 등의 조사를 붙이지 않고 말해 들을 때는 무리가 없으나 문서로 기록하면 무슨 말인지 알아보지 못할 경우가 많다”며 “원칙상 들은 대로 기록해야 하지만 이런 경우 어순을 교정하고 조사를 붙이는 등의 수정작업이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속기업무는 크게 속기록과 녹취록 작성으로 나눌 수 있다. 속기록은 예전 같으면 직접 손으로 특수문자를 사용해 회의 내용을 기록했으나 요즘에는 우리나라 고유의 속기용 특수자판이 개발돼 대부분의 속기사가 이를 활용하고 있다.

 

녹취록이란 녹음테이프나 비디오 등으로 녹화한 것을 문서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속기록은 특별한 기술이 있어야 하나 녹취는 누구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반드시 속기사가 직접 기록해야 법적인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

 

속기사가 되려면 보통 1년 반에서 2년 가량의 준비를 거쳐 대한상공회의소나 한국속기교육협회에서 주관하는 자격인증 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혼자서 공부해도 되지만 대부분 학원 강습을 통해 자격시험을 치른다.

 

자격증은 1급에서 3급까지 있으며, 2급 이상은 돼야 취업이 용이하다. 시험을 통과하면 3개월간 연수 후 한국속기협회의 추천으로 일선 업무에 투입되며, 경력이 쌓이면 프리랜서로 활동하거나 속기사무소를 개업할 수 있다.

 

속기사는 사회 각 분야에 대해 다양한 관심과 지식을 필요로 한다. 아울러 법률상식도 구비해야 하는데, 각계 인사들의 다양한 말들을 정확하게 글로 옮기려면 당연히 갖춰야할 항목이다. 즉, 꾸준하고 지속적인 연습과 공부가 필수인 셈이다.

 

서희영 대표속기사는 “대부분의 업무가 법적인 문제와 결부되어 있기 때문에 책임감을 갖춰야 한다”며 “속기사는 기본적으로 하루에 6시간 이상 속기 연습 및 관련 공부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녀는 “법률적인 다툼에 속기록이 필요한 곳이 많다”며 “그렇기 때문에 고객과의 시간약속을 어긴다든지 기한내에 서류작성을 마치지 못하면 고객에게 치명적인 손해를 끼칠 수 있다”고 속기사가 갖추어야 할 소양 중 책임감을 첫 번째로 꼽았다.

 

속기사가 갖춰야 할 능력 중 또 한가지 빼놓지 말아야 할 것이 바로 영업능력이다. 프리랜서로 활동하든지 개인사무실을 개업하든지 일단 직접 발로 뛰며 거래선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일정수준 이상의 영업력은 속기사로서 살아남는데 꼭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

 

전문직으로서의 속기사는 수입 면에서도 다른 직업에 뒤지지 않는다. 약 5년 정도의 경력이면, 업무량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연봉 3000만 원 이상의 수입은 올릴 수 있다. 공중파 방송사에서 실시하고 있는 문자방송은 더욱 많은 수의 속기사 인력을 필요로 해 이 직종의 인기는 계속 유지될 전망이다.

 

/인터뷰/ 서희영 해동연속기사무소 대표속기사

“속기사업무 자기와의 싸움입니다”

 

 

서울 성북구 A조합 주민총회장. 시공사 선정 등 중요 안건을 위해 주민들 간 다양한 의견 교류가 진행됐다.

 

조합과 반대파 사이에 가시 돋친 설전도 심심찮게 벌어졌다. 이때마다 회의장 가운데 앉은 한 여성의 손놀림이 더욱 빨라진다. 가끔씩 고개를 들어 발언자의 얼굴을 확인할 뿐 펜을 잡은 손 외에는 어떤 움직임도 찾아보기 어렵다.

 

오직 귀와 손에 집중하며 회의장의 음성을 충실히 담아내는 그녀의 얼굴 역시 무표정 그 자체다. 그녀와 함께 자리를 잡은 또 다른 속기사도 펜과의 싸움에 한창이다. 갑자기 회의장에서 분을 참지 못하고 나가는 조합원들도 있다. 그러자 그녀는 그에게 뛰어가 몇마디 말을 건넨 뒤에 다시 자리에 앉는다.

 

몇 시간 후 마침내 총회가 종료되고 10년 경력의 베테랑 속기사 서희영씨의 장장 4~5시간에 걸친 속기컴퓨터와의 싸움도 끝이 났다. 수고 하셨다는 말에 “총회의 모든 것을 담는 것이 저의 일”이라며 멋쩍게 웃는 해동연 속기사무소의 서희영 대표 속기사.

 

총회의 내용을 정리하느라 늦은 시간까지 식사도 하지 못한 서씨를 지난 14일 신천 인근의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속기사는 어떠한 직업인가.

속기사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의 총회 뿐만 아니라 중요한 회의를 진행할 때의 모든 내용을 기록하는 직업을 말한다. 속기록 작성의 주 업무는 편집과정이다. 녹음된 자료를 몇 번 씩 들으면서 정확한 의미전달이 맞는지 확인하는 작업이 주된 과업이다. 특히 조합의 총회에서는 도정법의 흐름을 모른다면 제대로 편집을 할 수 없다.

 

때론 격앙된 분위기속에서 사투리가 섞여 나올 경우 신경이 곤두서게 된다. 무엇을 전달하려고 하는 것인지를 정확하게 파악해서 꺼내놓은 원본의 말을 바탕으로 기록하는 작업이 바로 속기사의 역할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속기록 작성에서 전문분야가 나뉘고 경험의 가치 역시 중요한 직업중 하나다.

 

●…속기사를 직업으로 삼게 된 계기는.

예전부터 무엇이든 메모하는 버릇이 속기사라는 직업으로 이어진 것 같다. 대학교(20살) 때 지금은 없어진 수필 속기를 마스터 했다. 그런데 수필 속기를 마스터 할 때쯤 컴퓨터 속기가 나오더라. 배우는 것을 즐기기에 수필 속기를 아쉬워하지 않고 컴퓨터 속기를 다시 배웠다.

 

●…타자가 엄청 빠르던데.

속기사 1급자격증을 따기 위해서는 최소한 1분에 320자 이상은 써야 한다. 컴퓨터 타수 기준으로 말하자면 1000타 정도는 쳐야 시험에 합격할 수 있으며 향후 속기사로서의 활동에 지장이 없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냉정을 잃지 않는 것 같다.

집중력 덕분이다. 정확하게 기록하기 위해서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 온 신경을 집중해야 한다. 다른 데 마음 둘 여유가 없다. 또, 어떠한 돌발 상황이 닥치더라도 평정심을 유지하는 훈련을 쭉 해왔다.

 

속기란 집중력과 평정심의 싸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총회에서 조합원들이 다같이 박장대소를 하더라도 절대 웃어서는 안 된다. 물론 분위기에 휩쓸려 화를 내거나 슬퍼해서도 안 된다. 속기를 하는 과정상 어떠한 돌발 상황이 발생할지 모르고 그에 대한 간략한 설명까지 기록해야 하기 때문이다.

 

●…조합의 총회에서 속기사의 의미는.

재개발·재건축시장에서의 주민총회는 앞으로의 조합운영에 대한 절차를 주민들과 논의하는 만큼 중요한 회의다. 조합업무에서도 총회는 중요한 절차이기에 총회 속기록은 필수적이다. 분쟁이 없는 조용한 조합의 경우에는 별 무리가 없지만, 마찰이 심한 조합의 총회에서 속기록은 법적인 문제에서도 해결점을 제시할 수 있다. 조합원들의 발언이 모두 기록되기 때문에 말을 좀 더 조심하게 된다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

 

●…속기록의 편집은 어떤 식으로 하며 그 한계점은 무엇인가.

말을 하는 것과 글로 상대방에게 의사전달을 하는 것은 천지차이다. 말은 앞과 뒤를 생략해도 그 순간 뜻이 통할 수 있지만, 그 말을 녹음해서 글로 풀어놓을 경우, 제 3자가 읽는다면 뜻을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 수도 있다. 또한 말을 할 때는 문법과 상관없이 단어만 나열할 때도 많다.

 

이러한 경우 단어에 주격 조사와 목적격 조사를 구분해서 붙여주거나, 주어와 동사를 생략한 채 목적어만 전달하고 말을 마친 경우에는 회의의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해서 정확한 주어와 동사를 찾아서 기입해주기도 한다. 이러한 편집에 대한 책임성은 법정 소송에 휘말릴 경우에 사법처리를 당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과 다른 견해는 절대로 붙이지 않는다.

 

●…총회 참석 시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

간혹 분쟁이 있는 조합의 경우 반대파에서 조합이 속기사를 고용하니까 집행부에 맞게 기록하는 것이 아니냐고 언성을 높이기도 한다. 속기를 하는 도중에 날아오는 총회책자와 물병에 수차례 맞기도 했다.(웃음)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속기사가 조합의 고용을 받는다고는 하나 법적인 근거자료를 작성하는 것이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제 3자의 입장에서 속기록을 작성한다. 또한 개인이 오더라도 정보 유출은 절대 안될 정도로 매우 엄격하다. 녹음원본과 속기록 내용이 전혀 다르게 변경됐다면 사법처리를 당하게 된다. 속기사의 도장이 있으면 법원에서 인정받을 정도로 공인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마지막으로 해동연(海東硯)속기사무실에 대한 소개를 해 달라

지난 2007년 3월 개소한 해동연은 한반도 흙으로 구워 만든 우리 벼루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속기사라는 직업은 현대판 사관(史官)이 아닌가. 어떠한 위험에도 변함없이 공정한 속기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사무소 명칭을 해동연이라 짓게 됐다.

 

해동연의 가장 큰 장점은 항상 재개발·재건축 총회는 2명이 1개 조를 이뤄 속기 업무를 진행한다. 대부분은 속기사 1명이 컨트롤 하는 경우가 많으나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2명이 함께 업무를 진행하면 특화된 서비스를 조합원에게 제공할 수 있다. 만약 누가 발언을 했다면 그 조합원의 주소까지 알아 속기록에 포함시키는 등의 좀 더 세밀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홍순재 기자 loving9417@gmail.com



홍순재 기자 loving941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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